박재희 작가님 - CEO, 여행작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를 취득 후 28년을 기업인으로 지낸 끝에 여행가, 여행작가로 인생2막을 살고 있는 박재희 작가님과의 인터뷰

Intro

1. 인생 모토가 무엇인가요?

제 인생의 대부분을 지배한 모토는 now or never. 주저하거나 더 많이 준비하기보다는 당장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 작가님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8년 간은 기업에서 정해진 framework안에서 살았고 이제는 다른 내 방식으로 일도 하고 세상을 탐구한다는 명목하에 걷고, 생각하고, 쓰고 그 경험을 정리하는 사람이에요.



Career

3. 모모인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요?

모모인컴퍼니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예요. 주로 organizational communication (조직 소통), team dynamics, corporate responsibility 관련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클라이언트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4. 여행 작가로서의 변신을 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여행 작가가 되겠다고 해서 여행 작가가 된건 아니에요. 기업이이었을 때 워낙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어디든지 혼자서 가는 경우가 많아서 여행을 생활화 한 편이긴 했었어요. 변신을 했다기보다는 내가 28년간 해온 일에 매너리즘에 빠져서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빠져있었어요. 되고 싶은 게 없고 원하는 게 없고 목표가 없는 상태에 있었어요. 물론 기계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었겠지만 조금 다른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생겼어요. 우선 회사를 그만두고 내 회사를 차리면서 많은 여가 시간을 내서 여행을 다니게 된 건데 여행이라기보다는 걷기를 주로 하게 되면서 가이드북은 아니더라도 느낀 사유 성찰사를 책을 쓰다 보니 사람들이 ‘여행 작가’라고 하게 되더라고요. 전 아직도 그 타이틀이 어색하네요!

5. 여성 기업인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여행은 누구나 다 하죠. 여행을 하는 것과 여행 작가가 되는 것은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저는 기업이나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나름대로 알려지고 reputation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작가, 여행가로서는 초보 인생이잖아요. 책을 내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 선뜻 이뤄지지 않는 어려운 걸 보면서 어디든지 전문성이란 것이 필요한 건데 내가 이 분야에 전혀 전문성이 없으니까 일을 추진하면서 내가 아무도 아닌 것에 대해 익숙해지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6. 가장 보람찬 일은 무엇이었는지요?

책에 나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책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을 읽은 고등학생들이 기특하게도 학교에 작가와의 대화를 신청을 해서 제가 그 고등학교를 가서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입시 준비를 하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10대들도 20대, 30대, 40대와 마찬가지로 고민을 하는 거예요. 직업에 대해서 내가 쓴 부분이라던가 아빠와의 관계에 대해서 쓴 것을 굉장히 자세하게 recall 하면서 감상을 말하는 학생 몇 명이 있었거든요. 건조한 직업을 가지는 것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꿈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것이다’라고 느꼈다고 들었을 때 내가 덜컥 놀랐어요. 그때가 정말 보람찼어요.

7. 사회 초년에는 어떤 사람이셨나요? ‘사회 초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어떻게 다른가요?

사회 초년생 때 저는 전형적으로 ‘경쟁적인 여자’였어요. 확실하게 뭘 하겠다, 어떻게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지만 ‘이기는 경쟁’을 잘 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피곤하고 머리도 아팠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사람은 성장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Peak에 도달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만 짧고 일시적인 일이거든요. 성장하는 것은 산으로 치자면 봉우리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산으로 넘어갈 수 있게 꿈과 용기를 가지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어요.

8. 해외에서 일 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국 사회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언제였나요?

미국 Raychem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고 그만둔 후 2년 정도는 싱가포르에서 일을 했었어요. 미국에서 일할 때는 감추는 못 하는 인종차별을 느꼈죠.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포장을 해야 되니까 자긴 안 그렇다는 제스처를 취하긴 하는데 어떤 결정적인 순간이라던가 아시아 여성에 대한 기본적으로 선을 긋는 것을 느꼈어요.‘나는 할 수 있다’라는 20대의 포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성차별보다는 인종차별에 대한 것을 더 많이 느꼈던 걸로 기억해요.

한국 사회는 단일한 인종 구성을 가진 사회이니까 인종이 아닌 여자로 느낄 수 있는 차별이 더 크죠. 엄마이면서, 부인이기도 하고, 회사원이기도 하고 - 한국에서는 아직도 여성에게 다양한 걸 요구해요 (모성적인 부분, 여자로서 가져야 할 여성성, 일에 대해서는 performance를 가져오는 직업인) 여러 가지를 은연중에 요구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일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9. 커리어를 쌓으시면서 여성으로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여성이어서 유리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경험이었나요?

커리어를 쌓으면서 여성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에요. 나에게 경쟁의식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고 너그럽게 다가오는 직장인들이 있더라고요. ‘여자라서 회장이 될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제한을 하고 대하기 때문에 그게 불리한 점이지만 아예 일을 할 때는 나를 정치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일면 편리한 점도 있었어요.

10. 다시 커리어를 시작한다면 무엇을 다시 하고 싶으신가요?

또다시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면 갈등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갈등을 피하는 방향으로 웬만하면 중간에서 중재를 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해 왔던 것 같아요. 지금쯤 되니까 오히려 미덕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부딪히면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다르게 시도해보고 싶으신가요?

똑같은 일을 잘 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환원하는 커리어를 가지고 싶어요. 제가 요즘 관심 있어 하는 게 아이들이거든요. 우리나라는 OECD 등록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10년 넘게 가까이 1위를 하고 있어요.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자기 개발이나 자기 성찰을 할 수 있게 process를 만들어서 아이들을 위해서 전파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어요.

11. ‘2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20년 전이면 제가 34, 35살일 텐데요. 생각해보니 제가 senior track을 바라보고 올라가는 참이었어요. 주변에 모델이 될 만한 선배가 없었던 편이였어요. 위에도 없고 옆에도 없고. 그 당시에는 내가 어떤 식으로 든지 적극적으로 career path를 설계한다고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닥치는 대로 최선을 되면 다 잘 될 거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근데 20년 전의 나를 내가 멘토 할 수 있더라면, 멘토가 없더라도 모델을 바깥에서 찾지 않고 내가 스스로 만들어서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모든 것을 마음껏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12. 어떤 조언이 가장 감명 깊었나요?

Be yourself. 처음 미국에서 일을 할 때 20살 이상 차이 나는 직장 상사에게 받은 조언이에요. 일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가장 감명 깊은 조언이에요. 모든 일을 접근할 때 자기 스스로가 되라고 얘기하셨는데 그 말이 가끔 생각이 들어요.

그 말을 해석하는 것도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군지 항상 판단하고 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원하는 길을 알아내는 것. 다른 사람이 만든 표면적인 나 자신이 아니라 항상 be yourself를 실천해 나가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힘이라고 느꼈어요.

Be yourself

13.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내고 도전하는 용기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인생이 유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게 또 now or never와 일맥상통하는 것인데요. 저도 해보았지만 안전한 것을 하면 편안하고 빨리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보면 주변 사람들은 다 잘했다, 칭찬하거나, 부럽다고도 해도 내 안에서 별로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그때 나를 그렇게 passive 하게 achieve 하게 만든 것은 마음속의 두려움이었어요. 포기하거나 실패하기 두렵기 때문에 쉽고 안전한 길을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고 느꼈어요. 인생은 유한한데 내가 조금 다르게 도전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Future

14.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제가 지금 모모인컴퍼니에서 추진하고 있는 작은 서비스가 있어요. Self-managing leadership이라고 Oxford Leadership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교육자들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15. 다음 여행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남미 Chile에 토레스 델 파이네 (Torres del Paine)라는 트래킹 코스가 있어요. 나중에 언제든지 여행을 할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나이가 점점 드니까 남미나 신체적으로 힘든 곳을 먼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갔다 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16. 마지막으로, ‘여성 리더’를 꿈꾸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은 조언은?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해서 모두가 다 리더가 될 순 없지만 우리가 가장 필요한 것은 연대하는 정신이에요. 네트워크와는 다르죠. 협조하고 끌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한 송이의 빛나는 장미가 되기보다는 백일홍 정신이 중요해요.

백일홍은 백일동안 꽃을 피는 나무인데 한 꽃이 지면 다른 꽃이 피면서 백일홍이라는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 나무예요. 나만 잘 나가겠다는 정신으로는 여자로서 리더가 되기 힘들어요. 같은 팀끼리 내가 좀 안 될 때 질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편을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마음을 가진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백일홍

백일동안 피어있다라는 뜻으로,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